[서평]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
모든 이슈가 서울에서 시작되고 서울에서 끝나는 것 같지만 아니다. 지역에도 이슈가 있고 사람이 살아간다.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는 서울 위주의 사회에 포문을 던진다. 지역에도 지역의 중요 이슈를 다룰 언론사, 기자가 필요하며 서울 지역보다 더 열성적으로 언론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당당한 신문사가 있다. 책의 저자인 김주완 기자와 그가 속한 경남도민일보다. 저자는 지난 시간 지역 신문에서 일하며 보고 겪은 것들을 통해 우리 언론의 문제, 특히 지역 언론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지역 신문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첨언도 빠뜨리지 않고 다루었다.
저자 김주완 기자는 누구?
저자 김주완 기자는 본래 문학공부를 하며 교수나 선생의 길을 꿈꿨다. 하지만 대학원을 다니며 알바로 시작한 <남강신문>에서 목격한 사건이 그의 일생을 바꿨다. 그 사건은 ‘지리산 결사대’ 사건으로 1991년 10월 10일 진주전문대 총학생회장 선거가 있던 날, 이 학교 운동권 후보의 신변보호 요청에 따라 진주전문대 강의실에 대기 중이던 경상대 학생 33명이 비운동권 후보 측 학생의 습격을 받아 일방적으로 폭행당한 사건이다. 저자는 소위 ‘서울 지역 신문’과 지역 주류 신문에 의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상황을 목격하고 평생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길 결심한다.
<경남매일>로 직장을 바꾼 저자가 직면한 언론계의 현실은 암담했다. 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기자에게 건네는 촌지가 활개치고 있었다. 저자 역시 촌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저자는 서서히 ‘촌지 문화’에 익숙해지며 1995년 지방선거와 1996년 총선 취재팀에서 적지 않은 촌지를 받았음을 고백하며 용서를 구한다. 1997년 저자는 ‘버거씨 병’을 앓게 되며 이 병이 그간 저질러온 부정에 대한 죄과라고 생각하며 참회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러던 중 <경남도민일보>의 창간이 추진된다.
경남도민일보는 6200명의 도민들이 주주가 돼 설립한 회사다. 저자는 창간 발기인에 이름을 실으며 새로운 언론, 개혁적 언론을 만들자는 동료들과 함께 강력한 ‘윤리강령’에 기초한 청렴한 언론을 만드는 도전을 시작한다. 현재 경남도민일보는 ‘약자들의 힘’이 되겠다는 취지 아래 기계적 중립이 아닌 ‘공정한 중립’, 우리 사회의 힘의 균형추를 맞춰 가려는 언론으로 거듭나 있다. 하지만 도전 역시 계속된다. 매년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지역 신문에 대한 천시와 불신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책은 8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내가 받은 촌지’에서 저자는 부패한 우리 언론의 부패한 온상을 고발한다. 그 자신 역시 한 때 부패한 기자였음을 고백하며 ‘촌지’가 기자 정신을 얼마나 망가뜨리는지 그리고 기자 정신이 망가질 때 시민들이 어떠한 피해를 입게 되는 지를 설명한다. 2장 ‘독점 깨진 서울 기자실’에서는 기자실 통·폐합 문제에 대한 자신의 관점과 기자실 전면 개방에 힘쓴 도민일보의 투쟁을 다룬다. 기자실 개방의 장·단점 역시 열거했다.
3장 ‘연고와 인맥이라는 괴물’에서 저자는 향우회, 언론동문회, 지역주의 등의 문제를 다루며 연고와 인맥이 언론과 지역사회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다루었다. 4장 ‘똥인지, 된장인지 가려주는 보도’에선 기자와 정치인의 결탁과 이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언론과 시민단체가 지방선거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이슈와 의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5장 ‘지방분권사회와 그 적들’에서는 지방분권이 적확하게 이루어지려면 단순한 권한 분권이 아닌 지역 내의 혁신과 개혁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그간 지역 토호세력들이 지방의 맹주로 군림하며 지방의 정신을 해쳐왔음을 마산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6장 ‘조선일보 물 먹인 객원기자’ 7장 ‘동네신문에서 일하는 즐거움’에선 ‘서울지’의 횡포와 ‘지역지’에서 일하는 즐거움을 얘기했다. 경남도민일보가 지역에서 보도를 통해 거둔 의미있는 성과도 다루었다. 8장 ‘지역신문을 위한 십계명’은 저자가 지난 30여 년 지역신문 기자로 일하며 깨달은 지역신문 발전을 위한 방안들을 담았다. 특히 지역에서 기자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내용이다.
지역기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저자가 속한 경남도민일보는 개혁신문을 기치로 내세운 만큼 그간 경남도내 모든 시·군에서 계도지(주민홍보지)를 폐지하고, 기자실 개혁을 이루는 등의 업적을 남겼다. 회사 내에서도 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을 사원의 힘으로 선출하며, 경영상 주요 결정도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하고 있다. 혁신적인 회사다.
그러나 저자는 “언론의 정도를 걸으려는 건전한 지역신문보다는 온갖 사이비 짓을 서슴지 않는 이상한 신문들이 생명력은 더 질기다는 생각도 든다.”라며 지역언론의 어려움을 얘기한다. 그러면서 장렬히 전사하는 일이 있더라도 <경남도민일보>는 하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말한다. 도민일보의 창간정신, 정치성, 윤리를 지켜내는 일이 힘겹지만 이를 포기하면서까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존립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지역신문의 열악한 상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다수의 지역신문이 지자체, 지역 유지 등의 광고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지역신문은 '정론지'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기자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도 크다. 하지만 지역에도 사람이 살고 그들이 알아야 할 이슈들이 넘쳐난다. 이를 적확히 다룰 기자와 언론사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에 대한 고민을 이 책에 담아냈다.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감을 주는 책이다. 지역신문 기자로서 어떠한 기자가 되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 지역신문 기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